韓紙의 고향 松廣 마을

吳基連.基洙 형제

쿵더쿵 쿵더쿵 옛날의 디딜방아로 韓紙를 찧던 방아 소리다. 그러나 지금의 방아소리는 다르다. 무엇에 쫓기는 듯 쿵쿵쿵쿵...더字 하나가 생략된 셈인데 방아소리에서 얻는 느낌은 엉뚱하게 다르다. 경운기의 동력을 이용해서 무거운 방아를 찧기 때문에 옛날의 디딜방아에서 듣던 '삐거덕 궁더쿵' 하던 느긋하고 여유있던 느낌을 느낄수가 없는 것이다. '그게 무슨 대단한 것이냐?' 며 웃어 넘기는 사람도 있으랴. 그런데 3代를 이어가며 옛날의 디딜방아의 追憶속에서 젊음을 불태우고 있는 젊은이가 있다. 400년 전통을 이어온 韓紙의 故鄕 松鑛마을(完州郡 所陽面 大興里) 吳基連(47) 吳基洙(39) 형제다. 이들 兄弟는 아버지 吳元錫씨로부터 할아버지가 물려주신 한지 만드는 기술을 전수 받았다. 어쩌면 아직 어렸을때부터 자장가처럼 디딜방아 소리를  그리워하면서 할아버지의 걷던 길을 걷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형 오기연씨는 전주농고를 졸업했고 아우인 기수씨는 전주상고를 졸업했다. 그러니까 기연씨는 영농후계자가 되었어야 기수씨는 은행에서 일은 하고 있었어야 하는데 영세성을 벗지 못하고 가내공업처럼 명맥을 잇고 있는 한지공장에서 땀을 흘려가며 일하고 있는 것이다. 한지공장의 변화된 세상에서는 한지가 무엇인가를  정확히 아는 삶이  그리 많지도 않는데 굳이 외로운 길을 걷고 있는 것이다. 그 시대에 어떤 종이를 썼느냐? 에 따라서 그때의 문화를 알게 된다는 말이 있다. 그런데 우리는 흔히 그까진 것이 그리 대수롭냐? 는 반문을 받고 당황할 때가 있다.  기계지면 어떻고 洋紙면 어떠하냐? 는 뜻이다. 그래서일까? 행정에서도 제고장의 전통이 무엇인지를  분별 못하고 메스컴에서도 남의 나라에서 애써 개발한 和紙를 한지라고 나팔을 부는 판국이니 대물림을 받아가면서  외로운 길을 걷고 있는 젊은이를 어쩌면 이상한 눈초리로  대할런지도 모른다. 한지의 마을로 알려진 이고장에서도 우리의 옛 한지를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까다롭고 귀찮은 사지과정을 기계화해서 부판과 착유과정만 지켜 만드는 양한지가 판치는 세상이 되어서 너도나도 이 양한지를 만드는데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 옛말에 우선 먹기에는 꽂감이 좋다했던가. 밭두렁에서 닥나무를 채취해서 가마에 넣어 찧어야 하고 껍질을 벗긴다음 닥칼로 껍질을 벗겨낸 다음 다시 가마솥에 삶아서 닥돌 위에 놓고 방망이로 때려서 닥나무 섬유를 부드럽게 하는등 한장의 종이를 만들기 위해 수없는 손질을 한다는 것은 어쩌면 바보들이나 하는 일일런지 모른다. 편하고 쉽게 모양만 좋게 만들어서 시장에 내어다 팔고 많은 이득을 얻는 사람이 대접받고  사는 것이 요즘세상 아닌가. 그래서 우리의 닥나무는 천대받고 뿌리 채 뽑히어 불태어버렸다. 그리고  닥나무 섬유의 펄프를 수입해서 대형제지공장에 의뢰하면 보기 좋은 원지가 얼마던지 산더미처럼 밀려든다.  이 종이에 풀칠을 하고 기름칠을 하면 그럴듯한  전통한지가 되는 것인데 무엇때문에 사서고생을 하며 고지식하게 바보처럼 옛건만을 고집한단 말인가? 그래서 하나 둘 사라져버린 이 고장의 자랑이었던 전통한지이다. 기연, 기수형제는 아버지를 도와가며 소멸되어가는 전통한지의 맥을 잇고 젊은이들이다. 할아버지가 젊은 때에 송광마을 하지소에서 한지로 불리며 일했던 일들을 자랑삼으면서 고달픈 작업인데도 열심히 땀 흘리며 일하고 있는 것이다.

                                                                                <박균상 기자>